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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업들이 연달아 정리해고를 선언했다. 정보기술(IT)업체를 비롯해 물류업체까지 다양한 업종에서 감원을 추진하고 나섰다. 경기 둔화가 본격적으로 심화하면서 긴축경영에 돌입했다는 분석이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인공지능(AI)으로 사무직 직원들을 대체하는 기업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美 경기 풍향계 UPS, 1만 2000명 감원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최대 물류업체 UPS가 1만 2000여명을 감원하기로 결정했다. 감원 대상은 대부분 관리직 직원으로 이뤄졌다. 또 오는 3월부터 재택근무 제도를 전면 철회하고 사무실 근무로 전환할 방침이다. UPS는 관리직 직원을 AI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부터 AI와 머신러닝 소프트웨어 사용을 확대해왔다. 우선 AI를 활용해 배송 비용 최적화 업무를 대체할 방침이다. 본사에 있는 가격 책정 부서를 축소하기 위한 취지다. 캐롤 토메 UPS 최고경영자(CEO)는 실적발표회에서 "새로운 작업 방식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UPS는 2015년 인수한 트럭중개업체 코요테로지스틱스도 구조조정을 할 예정이다. 코요테 매출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 40억달러에 육박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바 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이 잦아들면서 초과 공급이 발생했고 악성 재고가 쌓였다. 이 때문에 경영 효율화가 시급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UPS가 감원에 나선 근본적인 원인은 실적 악화에 있다. UPS의 작년 4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8% 감소한 249억 2000만달러를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54억달러)를 밑돌았다. 주당순이익(EPS)은 1.87달러로 전년 동기(3.96달러)와 비교하면 반토막 났다. 실적 악화 소식이 퍼지자 뉴욕증시에서 UPS주가는 전일 대비 8.2% 급락했다.
'미국의 경제 혈관'이라고 불리는 UPS 실적이 악화하면서 본격적인 소비 둔화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UPS 같은 배송 업체는 코로나 팬데믹 당시 호황을 누렸다. 야외활동이 감소하고 온라인 쇼핑이 확장해서다. 팬데믹이 종식된 뒤 여행, 콘서트 등이 재개되고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구매가 위축되면서 배송은 줄었다.
토메 CEO는 "모든 사업 부문에서 물동량 및 매출,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며 "앞으로 필요 없는 지출을 10억달러 절감해서 경영 효율화를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IT업체도 감원 행렬 합류
UPS를 비롯해 미국 최대 지급결제 서비스업체 페이팔도 정리해고를 추진하고 있다. 알렉스 크리스 페이팔 CEO는 서한을 통해 페이팔 인력 중 9%인 2500명을 감원할 예정이라고 이날 발표했다. 지난해 7%를 감원한 데 이어 2년 연속 정리 해고를 추진한다.
크리스 CEO는 "일자리를 줄임으로써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성 있는 성장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속도로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며 "동시에 우리는 성장을 창출하고 가속할 수 있는 사업 분야에 계속 투자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팔은 간편 결제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영업이익률이 감소하는 등 성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년간 주가는 20% 이상 내려앉았다. 지난해 8월에는 댄 슐먼 전 CEO가 실적 부진의 책임을 떠앉고 사퇴했다. 후임으로 크리스가 새 CEO로 지명된 바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소인 나스닥도 수백 명의 인력 감축을 계획하고 있다. 나스닥의 이번 구조조정은 지난해 6월 소프트웨어 제공업체 아덴자(Adenza)를 105억 달러에 인수한 데 따른 조치다.
블룸버그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덴자를 통합하면서 수백 명의 감원을 계획하고 있다"며 "업무 중복 최소화와 효율화를 위해 일부 직위를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며 일부 자리는 재배치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나스닥은 지난해 9월 기준 6590명의 직원이 있으며, 아덴자는 나스닥에 인수 전까지 약 2000명의 직원이 근무했다.
게임 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를 완료한 마이크로소프트(MS)는 게임 부문에서 약 1900명을 줄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기술직과 광고직 직원 1000명 이상을 해고했고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는 일자리 100여 개를 없애기로 했다. 아마존과 이베이도 인력 감축을 단행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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